정답이 없는 명제
부동산 정책에 정답이 있을까?
애초에 부동산 문제에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답이 있는 명제란 ‘해가 동쪽에서 뜬다’와 같은 진리이거나, 명확한 수학적 데이터로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이라는 명제는 변수로만 가득한 인간의 욕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정답이 있을 리 없고 단지 옳은 방향을 찾고 새로운 방법들을 시행하며 조율해 가면서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부동산 문화와 인식이 되는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이는 우리 사회가 지난 70여 년간 일관되게 진행해 온 핵심 정책이었다. 옳은 정책 방향이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옳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한계가 온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압축 성장의 그림자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메가시티로 평가받는 도시다. 하지만 지난 70여 년간 어느 도시보다도 압축 성장으로 팽창한 도시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구성원들의 소유 욕구가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고 그 욕구의 강함은 웬만한 사회적 어젠다들보다 우선순위가 높고 민감하다.
서울과 같은 도시와 시장에서는 공급 중심의 정책은 대부분의 물량이 실수요자인 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금력을 갖춘 자산가들에게 다시 흡수되는 ‘부의 블랙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인하기 어려운 지난 과거의 경험이다. 결국 공급을 늘려도 양극화만 심화되고, 자산 격차라는 사회적 비용만 치솟게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나를 가지면 두 개를 갖고 싶고, 그리고 또 세 개를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DNA다. 이것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윤리와 규제 이외에는 없다.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맞는 방법이 아니다.
시장의 분기점을 읽어내기
그래서 ‘분기점’이라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은 생물이라 상황에 따라 정책의 분기점이 달라진다. 지금은 공급 중심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고 공급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공급도 지속하되 쏠림을 막을 댐(보유세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시장에만 맡긴다면, 다소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으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4대 보험도 필요 없다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높은 소득에 높은 과세를 부과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논리와 연결된다.
빵집 주인의 이기심
개인적으로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의 건강보험료를 매년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용을 자진해서 감내하는 것은 결코 호의나 배려, 여유, 선의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빵집 주인의 이기심’과 같다. 내가 내는 보험료의 혜택을 받는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구매력이 살아있어야, 결국 내가 하는 사업도 지속될 수 있다는 철저한 합리적 계산. 어쩌면 고도의 이기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만, 괴리감은 다른 나라의 유사한 도시와는 그 역사와 욕망의 정도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 같은 정책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다. 건보료처럼 사회 전체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시장이 파국으로 가지 않게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며 유주택자들과 사업가들의 ‘생존과 지속 성장을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을 찾아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장의 분기점을 잘 읽어내어 공급과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는 정책이 병행되어야만 지금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수요와 공급 곡선의 분기점이 시대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듯이, 지금과는 다른 방법을 기존 방법과 병행하면서 그 분기점을 조정해 가야 한다. 시장이 생물이라면, 정책도 살아 움직여야 한다.
